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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논문

이름 서진희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6-01-13 조회수 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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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 머리 위 '핵폭격기'가…멋진 일인가?

 

당신 머리 위 '핵폭격기'멋진 일인가?

단 한 명을 위한 칼럼  

표동협 정치평론가

      

미국의 '자산'인 핵 폭격기 B-52가 한반도 상공을 유유히 날았다. 경기도 오산 기지 상공을 저공 비행으로 통과했다. 기자들은 약 30초 동안 B-52의 실물을 지켜 본다. 그런데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이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바로 당신들이 살고 있는 그곳 하늘 저 높은 곳에 핵 폭격기가 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B-52는 오전 1030분쯤 제주도에 나타나 부산, 대구, 그리고 강원도 동해를 찍고 기수를 돌려 오산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거대한 양 날개를 펴고 하늘을 가르는 B-52의 위용은 그 곳에 탑재될 수 있는 핵무기의 끔찍한 살상력을 숭고미로 포장한다. 그리고 모든 언론이 탄성을 지른다. , 저 비행기의 잘 빠진 날개 곡선 좀 봐 

KBS 뉴스 꼭지 제목이다. 

"전략폭격기 B52, 한반도 상공 출동" 

"한반도에 나타난 B-52, 어떤 위력 가지고 있나" 

"B-52는 길이 48미터, 무게 220톤으로 공대지 핵미사일과 지하시설 파괴용 벙커버스터 등을 탑재할 수 있고, 최대상승고도는 16000 킬로미터(km), 최대항속거리 2만 킬로미터인 최신예 장거리 폭격기"라는 설명이 붙는다. 북한의 핵실험에 미국이 무력 시위로 대응했다는 정치적 해석까지 곁들인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제지, 종편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대서특필한다 

"전략 폭격기 B-52 전격 출동, 대북 압박", "B-52 3~4대가 융단폭격하면 평양은 사라져" 특히 <조선일보>의 중간 '미다시(언론계 은어로 제목, 표제의 일본식 표현)'가 매끈하다. 잘 빠졌다 

이 신문은 B-52의 항공 사진 촬영을 담당한 두 명의 공군 상사 인터뷰도 실었다. "B-52 비행 공군 최초 항공 촬영 "연출 불가능해 곡예비행 수차례"라는 부제가 달렸다. 우람한 근육질의 '패션 모델' 촬영을 마치고 지상으로 귀환한 두 군인은 환하게 웃고 있다 

B-52의 재원은 전 국민이 다 알 것 같지만 그래도 몇 몇 중요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40킬로미터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 폭격한 후 복귀할 수 있다. 땅 깊숙이 파고들어 지하 동굴을 파괴하는 가공할 폭탄인 '벙커버스터'를 탑재할 수 있다. 재래식 폭탄 35, 순항미사일 12, 사거리 200킬로미터의 공대지 핵미사일, 사거리 25003000킬로미터의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도 탑재한다 

B-52가 핵무기를 어떻게 싣고 어떻게 떨어뜨리고, 그 핵무기가 떨어지면 몇 명이 죽는가 하는 부분까지도 잘 연상이 된다. 술술 읽힌다. 북한을 위협할 것이라는 해석, 분석도 덧붙이는 것은 기본이다. 보라, 이 엄청난 무기를, 당신들을 모조리 살상할 수 있을 만큼의 위력을 가진 인류 최악의 발명품을 

그렇다. 핵 폭격기가 한반도 위에 떠 있었다. 다른 사실을 다 차치하고, 우리는 핵 폭격기가 우리 영공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우리는 알 수는 있지만, 느낄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이 우리 말고 또 있다. 끔찍한 살상 무기 실험을 자행해 놓고 "우리 인민은 최강의 핵억제력을 갖춘 존엄높은 민족의 기개를 떨치게 되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핵실험으로 "주체조선은 무궁번영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인민'들이 저 위에 어딘가에 살고 있다 

새삼스럽지만, 핵을 대하는 두 문법이 닮아 있다고 한다면 '종북'으로 몰릴까 

우리 머리 위에 재래식 폭탄 35, 순항미사일 12, 사거리 200킬로미터 핵미사일, 사거리 25003000 킬로미터 순항미사일, 그리고 1메가톤급(전략 핵무기의 기준100만 톤)으로 반경 7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사람을 즉시 사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를 실을 수 있는 폭격기가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이쯤 되면 한반도 상공은 '판타지'의 세계다. 그걸 머리 위에 이고 사는 사람들이 바로 여러분들이다. 그 사실이 오히려 당신들에게 평안과, 위안을 선사해 준다 

슬픈 일이다.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허망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핵 폭격기가 머리 위에 떠다녀서 무섭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언어는 멸종된 것 같다. 반경 7킬로미터의 살상력 따위 '계량의 언어'. 그 언어가 가리키는 곳에는 당연히 ''이 있을 것이라고, ''은 우리와 같은 인간 따위가 아닐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 모든 과정은 당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행된다.   

2차 대전 당시, 10명의 적군을 죽인 지상군 병사와, 1만 명을 죽인 폭격기 조종사의 인식 사이 어딘가가, 한반도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인식의 좌표다 

B-52 폭격기가 당신 머리 위에 떠 있다는 사실에 '' 하고 반응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게 이 칼럼의 목적이다. 다른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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