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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논문

이름 서진희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5-06-08 조회수 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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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민족 전체의 발목을 옭아매고 눈을 가리는 남북분단

 

민족 전체의 발목을 옭아매고 눈을 가리는 남북분단

자의도 아닌 타의에 의한 분단으로 인해, 웅비할 수 있는 저력이 반동강 나

 

권종상 칼럼

 

      

 

한국에도 천원에 물건을 파는 '천냥하우스' '천냥마트' 이런 것이 있겠지요. 진작에 미국에서는 1불 스토어라는 게 오래전부터 있었지요.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은 대부분 멕시코산입니다. 아무래도 운송 비용이란 게 있기 때문이겠지요. 한국의 천냥 샵에 있을 물건들은 아마 중국산이겠지요. , 중국산 아닌 물건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미국도 그건 마찬가지지요. 마켓에 가서 중국산이 아닌 물건들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어쨌든, 저는 오늘 1불 스토어라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크레이지 글루'라고 불리우는 순간 접착제 하나 사고, 싸구려 리딩 글래스(돋보기 안경), 도수는 +1.5 짜리였는데... 아무튼 이걸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 서글펐습니다. 나이 먹는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드디어 돋보기를 써야 한다는 것이. 나름으로 꽤 좋은 눈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고, 아직도 멀리 보는 건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듯 하지만, 바로 앞의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현실이 된 것이지요.

 

물론, 어렸을 때부터 안경 쓴 친구들을 많이 봐 왔고, 아내가 안경이 없으면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해메는 것을 보는 것이 제겐 희한한 일일 정도로, 저는 좋은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안경 쓴 친구들에겐 미안하지만, 저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게 일어난 이 눈의 변화로 인해, 저는 어쩌면 지금사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어서 공부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눈이 안 보여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요즘 제가 겪고 있는 시력의 변화는 여러가지로 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후회하게 되지요.

 

눈 좋았을 때 글 한줄이라도 제대로 더 볼걸. , 지금 당장 돋보기를 끼고라도 뭐든지 읽을 수 있고,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는데 안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전에보다 쉬이 피로해지긴 합니다만) 배부른 고민이라고까지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평생 안경이란 걸 끼지 않았던 제가 나름 심각하게 안경을 쓰는 것에 대해 이렇게 고민하고 생각해본적이 없기에, 아마 이렇게 오늘 종일 사람이 조금은 다운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음의 눈에 안경을 쓸 일은 없다는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합니다. 사실 육체적인 눈은 멀쩡해도 마음의 눈이 비뚤어지고 흐릿한 경우들을 얼마나 많이 봅니까. 물론 어떤 사람들이 보기엔, 저야말로 마음의 안경이 필요하다고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분들에겐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져 보라고. 대한민국이 아니라, 더 넓은 곳을 바라보는, 그리고 더 넓은 곳에서 바라보는, 그런 시각을 가져 보라고. 그렇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시각과 시야가 얼마나 좁고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삶의 절반이 훌쩍 넘는 시간을 태어난 땅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았기에 볼 수 있는 '뭔가 정상적인 것'이 있다고.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나면 늘 아쉬운 게 있습니다. 분단이란 것이 우리의 시야를 얼마나 좁혀 놓았고, 시력을 얼마나 흐리게 만들어 버렸는지. 자의도 아닌 타의에 의한 분단으로 인해, 웅비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한 나라가 저력만 반동강이 난 게 아니라 시각 구조가 흐트러져 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현재까지도 민족 전체의 발목을 옭아매고 눈을 가리고 있음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시애틀에서...

 

 

kookm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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