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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서진희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4-01-24 조회수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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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박 대통령의 ‘동문서답’으로 ‘통일 대박’ 가능할까
박 대통령의 ‘동문서답’으로 ‘통일 대박’ 가능할까
북핵 등 현재 투자 상황 불안정에 관한 질문에 통일 후를 가정한 동문서답
김원식
 
▲ 슈밥 회장과 질의 응답을 하고 있는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에서 첫 전체 세션 개막연설 직후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 회장과의 즉석 질의응답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이른바 통일 '대박' 발언을 <연합뉴스>는 "'다보스 포럼' 무대에서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의 '통일 대박론'에 방점을 찍으며 '안보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섰다"고 분석하는 등 <뉴시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한국의 매체들이 주요 뉴스로 전했다.
 
특히, <연합뉴스>는 "개막연설 직후 클라우스 슈밥 다보스 포럼 회장과의 즉석 질의응답에서 남북통일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연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통일 대박론'을 소개하고 남북통일이 가져올 청사진까지 제시했다"며 이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의 행한 답변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박 대통령이 영어로 행한 25분가량의 개막 연설이 이어진 직후, 5분가량 진행된 즉석 질의응답에 관한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의 답변은 질문자인 슈밥 회장의 질문 의도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동문서답의 답변으로 드러났다.
 
또한, 슈밥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질문한 내용을 보도한 언론도 질문 내용의 핵심을 전달하지 않은 채 전혀 다르게 왜곡하거나 두리뭉실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단지 박 대통령의 이른바 '통일 대박' 발언만 강조해 보도했다.
 
"투자자들 사이의 이견에 관한 질문 내용"을 엉뚱하게 보도한 언론
 
연설 후 슈밥 회장의 질의 내용에 관해 <연합뉴스>"'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경제적 지원 부분이 큰 문제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고 질의 내용을 전혀 왜곡해서 보도했다. <뉴시스> 또한 "개막연설 뒤 북핵 문제와 남북통일 등에 대해 묻는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의 질문에"라며 질문 내용을 두리뭉실하게 축약해서 보도했다.
 
그렇다면 슈밥 회장은 질의응답에서 무엇에 관해 질문했는지 살펴보자. 동영상 분석을 통해 슈밥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한 내용을 직역해 그대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박 대통령님, 나는 모든 사람들이 귀하의 연설을 (귀담아) 들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다들) 한반도에 투자를 하고 있어서... (회의장 내 웃음) 그래서 제 마음에 있는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는데, 왜냐하면 북한 핵 문제 이슈가 한국과 양국(북한) 대륙에 대한 완전한(full-stretched) 투자를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는데, 경제적인 전망에서 보자면, 일부는 남북한이 통일이 되는 것을 볼 때까지 (투자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이와는 달리) 한반도의 미래는 실제적인 통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모두는 이러한 (양쪽) 이슈에 관한 박 대통령님의 생각(idea)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을 것입니다) (참고: 박 대통령 질문 의미를 잘 이해 못 한 듯 나지막이 마이크 뒤로 '통일을 의미한(묻는) 것이지요"라고 슈밥 회장에게 다시 질문한 뒤 답변 시작함)
   
위에서 질문 내용을 그대로 직역한 데로 슈밥 회장은 북한을 포함해 특히,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혹은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 등 한반도 불안정성에 관한 우려를 언급했다. 슈밥 회장은 이러한 불안전성이 완전한 투자를 막는 장애물이라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이어 일부는 지금 투자를 해도 된다고 보지만, 다른 일부는 불안정성에 의해 통일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에 해야 한다고 입장이 나누어져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이에 관한 박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대통령으로서 투자자들의 견해가 나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질문한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 이슈가 되고 있는 질문을 박 대통령은 몰이해?
 
이는 지금도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반도 투자 적격 평가에 관한 논란과 이슈가 되고 있는 아주 명료한 질문이다. 이 명료한 질문을 왜 일부 언론은 슈밥 회장이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경제적 지원 부분이 큰 문제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고 질문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번역해 보도했는지가 의아하다.
   
슈밥 회장은 이날 연설 후 5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남북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경제적 지원 부분에 관한 질의"는 전혀 없었다. 슈밥 회장은 한번 질문했으며, 질문한 내용도 이 내용 한 가지 뿐이었다. 이러한 명료한 질문에 관해 박 대통령의 답변은 언론에 보도되었듯이 다시 요약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통일에 대해서 그것이 장애가 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한반도의 통일이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인도적 측면에서 북한의 주민들이 배고픔과 인권유린 등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통일이라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할 길이 된다는 점이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경제적인 측면인데 통일은 대한민국,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의 국가들에게도 큰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얼마 전에 통일은 대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통일이 되면 북한지역에 대대적인 SOC(사회간접자본)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일어나게 될 것이고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 예를 들어 중국의 동북아 3성에도 투자 활성화가 이뤄지고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에도 이 투자가 연계가 됨으로써 주변국들도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동북아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일은 한국에만 대박이 아니라 동북아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란 말이 있듯이 저는 통일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것만이 아니라 확고한 안보 억제력을 바탕으로 해서 그 위에 평화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나가면서 한반도의 통일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위 박 대통령의 답변에서 알 수 있듯이, 질문자 슈밥 회장은 북핵 등 한반도 불안정성에 관해 걱정하는 일부 투자자들이 당면한 현재의 이슈에 관해 질의했으나, 박 대통령은 통일의 의미만을 강조했다. 즉 현재의 투자 상황 불안정성에 관한 질문에 통일에 이후의 미래에 관한 답변만을 늘어놓았다.
   
특히,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의 배고픔도 해결될 것이고 북한 및 인근 지역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통일은 주변국 모두에게도 '대박'이라고 통일된 이후의 상황을 추측해 강조했을 뿐이다. 유일하게 질문한 내용과 관련이 있는 부분을 찾는다면,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 관해서는 "확고한 안보 억제력을 바탕으로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뿐이었다.
"사업(통일) 과정 묻지 말고 '대박'에 투자해라"... 창조경제식 답변?
   
현재 한국이나 북한 등 한반도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지금의 상황이 아니라 통일 이후의 상황을 설명한 박 대통령의 이날 답변이 과연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지가 의문이다. 어쩌면 동문서답에 가까운 이러한 답변을 보면서 정말 한반도는 통일 이후에나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더 늘어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다시 말해, 질문 내용의 핵심은 북핵 문제나 한반도의 현 상황의 갈등과 불안정성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생각이며 지금 현재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에 관한 의견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에 관해 통일 이후에는 많은 투자가 일어날 것이며 그러한 통일은 모든 주변국에도 '대박'이라고 말하는 박 대통령의 동문서답에 가까운 답변은 어쩌면 그 '대박'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창조 경제' 또한 여러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기업가 정신을 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잇따르게 하려면 그 기업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그 사업(통일)의 성공 가능성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 등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을 해야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창조 경제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하는 박근혜 정부의 수장인 박 대통령이 통일에 이르는 과정은 생략한 채, 그저 사업(통일)이 성공하고 나면 투자가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변 모든 국가에도 사업(통일)'대박'이 될 것이라는 동문서답에 해외 투자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덧붙이는 글] 박근혜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연설 및 질의응답 동영상은 아래 주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weforum.org/sessions/summary/reshaping-world-through-entrepreneurship-education-and-employ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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