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마당


칼럼/논문

이름 서진희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4-01-23 조회수 635
파일첨부
제목
통일이 진정 대박되기를 바란다면
<기고>통일이 진정 대박되기를 바란다면
<서평>지승호가 묻고 정동영이 답하다 <10년 후 통일>을 읽고
남호정 작가
 
 
우리는 흔히 전쟁을 벌이는 측과 그것에 대응하는 측의 목적이서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싸움에 임하는 이들의 지향점이 진정으로 서로 다른 걸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정신병자가 아니라면 비록 전쟁일지라도 그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평화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위대한 정치가이자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선한 전쟁이나 악한 평화는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시작 했다고 할지라도, 일단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대부분의 국제규범은 무용지물이 되고, 평화시에 다짐하던 박애나 관용은 사실상 실종돼버리는비참한 상황이기에 그렇겠지요.

▲정동영. 지승호 지음 <10년 후 통일> 도서출판 살림터 ©브레이크뉴스
<10년 후 통일> 이라는 책

우리는 한반도의 주민으로서 남북문제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 입니다. 방법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따지고 보면 평화를 원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숙맥(菽麥)이 상팔자” 라고 단순히 평화를 원한다고 해서 나와 내
가족이 전쟁에 개입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을 넘은 위험한 생각인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에 새로 나온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의 <십 년 후 통일>이라는 책은 남북이 평화를 유지하며 한반도의 통일로 나가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고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됩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005년 베이징 6자회담에 북한을 이끌어 내 역사적인 9.19 공동 성명을 성사시킨 산 증인입니다. 또한 2004년 개성공단을 실질적으로 완성시킨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한반도의 통일에 관한 청사진을 우리에게 제시할 자격이있는 인물이라고 생각됩니다.

대북 강경책

지난 2010년 5.24조치이래로 남북관계는 과거 냉전 시대보다 더욱우려스러운 상황을 겪어오고 있었습니다. 남북관계는 20년 전으로 퇴보해 지난 정부 북한은 두 번의 로켓발사와 두 번의 핵 실험을 하였고, 세계10번째의 인공 위성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정부가 취해온 대북 압박 정책은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을까요.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체제내부의 갈등설을 부각시키며 한반도 이북의 급변사태에 대한 가능성을 내다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북한이 만약 혼란에 빠지게 되면 한 미 연합군이 북한을 장악하여 북한 땅과 주민을 우리가 모두 흡수할 것이라는설정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자는 이런 바램을 어리석다고 봅니다. 북한은 지금 단 시일 내 붕괴될 구체적인 조짐도 보이지 않고, 만에 하나북한이 급격하게“무너진다고해도우리한테흡수되지는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저자는 식량과 일자리를 찾아 탈북자들이 한꺼번에내려왔을때남한사회가이를감당하기란쉽지않을것이라고경고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북한이 남한과 나머지 국가로부터 멀어질수록, 인접한중국이나
러시아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더욱 우세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고 유리한 조건으로 광물 자원 등을 거래할 수 있겠지요. 인민은 굶주리고 어린이들은 신발도 없이 지낸다지만, 우리가 바라는 대로 북한 권력층의 자금줄을 끊어 버리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자는 ‘퍼주기’라는 말이 너무 창피한 얘기라고 말합니다. 그는 북한에 식량과 비료를 대주고 나라 이미지 올라가는 것을 왜 아깝다고 하는지 묻습니다. 통일이되기 전 20년동안서독은 동독에게 연간 150억 마르크(한화 약 8조원)를 지원해 주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대북지원이 ‘퍼주기’ 라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나중에 통일이 된후 굶주린 형제를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었다는 생색도 낼 수 있는 통일 비용이라고 말합니다.

책에서 저자는 대북단절 정책으로 섬나라의 형국이 된 우리의 상황과, 우리 안의 고립된 맹수처럼 세계의 구경이 된 가운데 핵개발의 전성기를 맞은 북한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오히려 우리 몸만 상했잖아요. 죽고, 다치고, 피해보고. 무리하게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하다 보니까 나한테 피해가 온거죠…”(책 p25)

통일은 대박

저자도“통일은 대박”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 동영씨는 정치적인 통일 이전에, 정치와 분리된 경제, 인적 교류를 먼저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중국과 대만의 예를 듭니다. 한때 남북관계보다 더 심한 갈등속에 지냈던 양안(兩岸)이10년 전부터 차츰 자유왕래와 투자를 키워나가 지금은 거의 통일이 된것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통일전
독일은 매년 800만명 이상의 서독 주민이 동독을 방문하였고, 제한적이나 상호 방송청취도 허용을 하는 등 물리적 통일에 대비한 많은 준비를 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남북한의 안정적인 교류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누구에게 더 클지를 묻습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항거리 단축, 개성공단의 생산품을 수출하는 이익 뿐 아니라, 대북 진출에 의한 고용 증가 효과도 있겠지요. 그런데 가장 큰 수혜자는 국내 주식시장일 것입니다.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경협이 평화를 담보하는 일종의 안전핀 구실을 하게되면외국 투자사의 한국에 대한 신용 등급이오를 것이며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현상을 대폭 줄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註코리아 디스카운트: 군사적 충돌 등으로 인한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으로 실제보다 한국의 주가 가치가 최대 60~70%까지 낮게 책정되는 현상)

저자가 인용한 최근 OECD의 한국경제 전망에 의하면, 2031년 한국의 잠재 성장 동력은 고갈되어 경제 성장률 0%가 된다고합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보면, 한국이 30년후 제조업에서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2위의 부국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 경협의 여부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이야 말로 놀라운 상상력의 산물이다.”

개성공단은 잘 알려진 대로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북한의 김정일위원장을 설득하여 얻어낸 대표적인 남북경협 사업입니다. 그러나 공단 설립에는 결정적인 장애가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가로 분류되어 공단설립에 필요한 물자를 북으로 반입시키려면 미국 상무성으로부터 군수물자에 해당되는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7월, 저자는 통일부 장관이 되자마자 준비를 갖추고 미국에 갑니다. 그리고 네오콘이라 불리는 미국 내 대북강경파의 수장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만나 개성공단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바꾸는데 성공합니다.

국가 안전 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이기도 했던 정동영 장관은 럼스펠드에게 군사 전략적 가치가 큰 안보 사업으로서의 개성공단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북한으로부터 군사적인 요충지인 개성 땅을 얻어 북한군 6만명과 밀집된 화력을 치울 수 있는 일을 왜 우리가 멈춰야 하는지 반문하며 미 국방장관을 설득합니다. 결국 럼스펠드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개성공단은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에 힘입어 일사천리로 진행, 저자가 통일부 장관이 된지 6개월 후인2004년 12월 15일 드디어 첫 제품을 생산하게 됩니다.


▲ 정동영(오른쪽)-럼스펠드 회담. 정동영은 럼스펠드를 설득하여 미국의 개성공단에 대한 입장을 바꾸도록 합니다. ©브레이크뉴스
저자는 정치적인 불안만 없으면 모든 면에 월등한 경쟁력을 가진 개성공단에 대한민국 중소기업들은 다 들어가고 싶을 것 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종북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대하여, 정부는 마땅히 기업들이 안심하고 시장을 개척하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지원을 해줘야한다고 말합니다.

현재 가동 중인 개성공단의 크기는 원래 계획도의 64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지난해 한국 GDP성장의 0.02%를 기여했다고 합니다. 저자에 의하면 개성공단이야 말로 한국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창조경제이며, 북한에게도 베트남이나 중국 같은 개혁개방 모델로 인도해 줄 통로인 것입니다.

독일의 정치가이자 동방정책(Ostpolitik)을 설계하여 독일통일의 초석을 마련한 에곤바(Egon Bahr)박사는 개성공단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개성공단을 계속 확장하면 중간에 경제통일이 올 것이고 결국에는 한반도의 통일이 올 것이다”
“개성공단이야말로 장차 한반도의 통일 비용을획기적으로 줄일 수있는 한국형 통일 방안이다”

저자는 복잡한 문제를 논의하는 것보다 개성공단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가장 쉬운 통일논의가 아니겠느냐고 말합니다.(*註에곤 바(Egon Bhar)의 개성공단에 대한 언급)

무엇을 해야 하나

저자는 한국이 자신감을 가지고 남북관계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국이 남북 대화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미연합 사령부가 가지고 있는 전시작전권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군사적충돌의위험과전쟁의수행을미국이결정하도록하고우리는따라간다라는생각으로는우리의앞날을스스로결정하기란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는 반문합니다. 남북 합쳐 180만 대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이 땅에 어떤 나라가 뭐가 아쉬워서 우리에게 평화를 정착시켜 주고 한반도를 통일시켜 주겠느냐고. 결국 남과 북이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을 것 입니다.

한반도에는 수십기의 핵발전소와 북한의 핵무기가 있습니다. 핵잠수함을 동원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실시와 핵전쟁 시나리오가 말해주듯이, 미국은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아무런 제재 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에서의 전면전은 인명의 대량 살상 이외에, 운이 좋아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영원히 파괴함으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이 된다는 것을. 전쟁으로 오염된 국토를 탈출해 나라 전체가 몽땅 옮겨갈 수 있는 터를 따로 봐둔 것도 아닐텐데, 결국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주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일본은 예산 규모만으로 세계 6위의 군사 대국입니다. 아시아에서 한발 물러나려 하는 미국 대신, 일본은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한국 정부와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한미일 군사 협력 체제를 추진 하려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평화 헌법이라고 불리는 전후 헌법 조항을 개정하게 된다면 미군대신 일본군이 한반도에 주둔할 법적인 근거도 확보하게 됩니다.

우리는 70년간 미국과 일본을 위시한 한반도 이해 관계국들의 분단 고착화 정책을 감내하여 살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막아준다는 명분을 걸고 제2의 청일 전쟁구도를 만든다면 우리는 이것을 용인해야 할까요?

우리는 체면과 동맹 일방주의 때문에 북한의 협박에 물러서지는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나라를 따라 전쟁을 외쳐버리는 민족 자살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똑똑한들 무슨 소용이있겠습니까. 우리의 생존문제 하나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정동영씨에 관하여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민망하게도 지금껏,<10년 후 통일>의 저자인 정동영씨를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과거 정동영씨에 대한비판적인 언론 공세에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선거 때마다 저렇게 주요 언론이 부정적인 보도를 해대는 데에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반신 반의도 했지만, 대부분 관심 밖의 대상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속의 내용을 들여다보니, 정동영씨는 그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정치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2004년 자신의
미래를 젊은 세대 스스로 결정하라는 요지의 언론 인터뷰에서 노인을 비하했다는 왜곡된 비난으로 선거위원장직을 물러나야만했습니다. 3년 후 대통령 선거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발을 헛디디며 삽니다. 그러나 그 여파로 인해 초심을 잃고 인간이 찌질하게 변질되거나, 용기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완전한 패배를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동영씨는 정치인으로 자신의 패배와 시행착오에 대해 솔직하게 반성을 하고 거듭나기 위하여 스스로 고달픈 길을 택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그의 세한도(歲寒圖)에서 공자의 말을 인용하며 “날씨가 추워진 뒤에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갈등의 현장에 나타나 언제나 약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정동영씨의 모습이
각인 돼가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정치의 세계에 들어선지는 오래되었으나 남들과 다르게 지금도 초심을 갈고 닦고 있는 드믄 사람이라 생각 됩니다.

함석헌 선생은 일찍이 <선거란 덜 나쁜자를 뽑는 과정>이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야<더 나쁜 자들이 점차 도태 돼, 종국엔 좋은사람으로 바뀌어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모두다 도둑 놈들이다라고 해버리면 결과적으로 더 나쁜 놈, 더 도둑놈을 두둔하는 꼴이 될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연히 함석헌 선생의
말씀을 접하고 이 글에 첨언을 해봅니다.

이 책은 다 같이 읽어 봐야할 책

이 책의공동 저자인 지승호 작가는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대담을 주제별로 깔끔하게 정리했을 뿐 아니라 실감나는 구어체를 잘 살린것 같습니다. 의미하는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읽고 이해하기에는 편안한 책이었습니다.

독자들이 책을 읽다 보면 정동영씨의 육성 강의를 듣는 느낌으로 남북문제에 관한 연대기적인 지식을 자연스레 얻게 될 것입니다. 한반도 주변정세와 지난 20여년 간의 남북관계를 알아보려면 이 책을 출발점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앞으로 <10년 후 통일>은 우리의 통일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현실적인 논의에 목마른 사람들의 수원지(水源池)가 될 것 입니다.

*남호정/글쓴이는 이화여대 철학과 졸업. 현재 프리랜서 작가.

이전글 박근혜·남재준, ‘푸에블로호 교훈’ 잊었나
다음글 "비방중상 장본인은 南...중대제안 용단내려야"<北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