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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형석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3-08-30 조회수 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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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문화칼럼] 반가사유로 한국의 문화재 정책을 다시 읽는다
[문화칼럼] 반가사유로 한국의 문화재 정책을 다시 읽는다
 
 
“직지를 빌려달라는 것은 루브르 미술관에서 모나리자를 빌려달라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에서 전시는 어렵습니다.”
지진아 수준이지만 낭만적 탐미주의자는 2005년경, TV 뉴스를 지금도 명확하게 기억한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 부관장은 청주직지축제 관계자들의 한국 전시회에 ‘직지(直指)’ 대여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신라의 미소' 반가사유상(부분)

도둑맞은(?) 자랑스러운 문화재인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었다. 조상이 물려준 유일무이한 문화유산을 지키지 못한 멍청한 지도자를 만난 역사를 가진 민족은 자긍심만으로 부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탈리아 화가의 그림 ‘모나리자’가 프랑스에 있음을 자위하며!

'직지' 뉴스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이 반출 허가와 불가로 갑론을박한 국보 제83호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金銅 彌勒菩薩 半跏思惟像) 언론 기사를 보다 떠올렸다. 세계 10대 박물관(언론에선, 너도나도 세계 3대 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소장품의 품격과 질이 중요하지 관람객만 많다고? 오리엔탈리즘 문화를 무시하는 서양인의 사고를 맹목적으로 추종 말아야 한다. 문화는 다양성이다.)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 특별전에 반가사유상의 반출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최종 결론이 났단다.
 
고대 그리스 조각작품 '라오콘(Laocoon)'의 부분
 
고생하며 비행기 타고 많은 여행 비용 쓰며 간 유럽 미술기행. 로마 교황청 바티칸박물관에서 본 그토록 열망하던 대리석 조각작품 ‘라오콘’과 파리 로댕미술관의 브론즈(청동) ‘생각하는 사람’ 등도 복제품인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이었다. 그래도 학창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 앞에서 필자의 심미안은 전율하고 감동했었다. 로댕의 불멸 조각품 ‘생각하는 사람’은 진품이 12 작품이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법을 제정 및 공표하여 12개 한도 내에서 작품을 제작하여 고유 주조번호를 매기면 진품으로 인정하는 게 현실이다.

10년 전, 지인이 아시아인 최초 루브르 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소장 중이던 이집트 유물이 외국전시를 가다 화물선이 침몰하는 사고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담당 부서 몇 사람이 책임을 지고 사직을 하고 국제해양법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여 재판하는 등 국제적인 외교문제로 비화하였다고 했었다.
 
오귀스트 르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Rodin/TheThinker)'
 
국립박물관에서 책정한 반가사유상의 보험가액이 500억 원이라고 하는데 인류의 문화유산이 돈으로 환산 가능한 것이 아니다. 훼손과 파괴 등 최악의 사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문화 권력의 파워게임으로 변질된 이번 사태는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국외전시로 우리 문화예술 우수성 홍보와 국민의 관람권 침해, 이동 시 유물의 보존환경 등도 고려해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국보급 대안'이 절실하다.

선조의 얼과 혼, 문화전통을 음지에서 이어오는 솜씨 좋은 장인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우대하는 '공인 복제품 제도'나 '공인 복제복원 명장 제도' 등을 법제화하자. 지금도 금속공예 장인들의 작품은 고미술품 전문가들이 유물과 구분할 수 없는 진품처럼 만든다. 이들이 척박한 환경에서 맥을 이어오는 장인정신으로 만든 복제품도 천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명품 문화재가 될 것이다.
 
 
로댕미술관에서 '키스(Rodin/The Kiss)'

지켜주지 못해 화재로 소실되어 복원(그들은 복구라고 주장하지만?)된 숭례문이 국보 1호인 나라! 국보 중의 국보, 한국 불교미술사의 '고졸미' 대표작품의 뉴욕 전시 찬반 논란을 계기로 반가사유든지, 결가부좌든지 심사숙고하여 문화재 정책의 시스템과 메뉴얼을 재정비하는 '사유의 정수'를 보고 싶다!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사족(蛇足): 2013. 8. 13. 조간신문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한 졸필입니다.
당일 오후에 문화재청에서 '공인 전시복제품 제작' 등 문화재 국외반출 허가 제도개선 추진...한다고 연합뉴스 기사 났더군요.
"루브르가 모나리자를 빌려주나요?" 그와  비견되는 국보를 이렇게 쉽게 대여해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여론 무마용이 아니라, 늦었지만 제대로 했으면 합니다.
경제적 위상에 걸맞는 '문화적 자존의 길'을 걸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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