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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형석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3-06-07 조회수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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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문화칼럼] 장군이 죽음으로 지킨 바다, 관음포에서 남포와 나진을 생각한다
"군대도 안 갔다 온 놈들이 특전사 출신인 나를 '종북 빨갱이'라는 세상!"
술자리에서 들은 자조적 목소리는 사회정치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진보 성향 선배의 이야기다. 노파심으로 필자도 말한다. "잔칫날 제사상에 쓸 돼지 새끼!"라는 유격 조교들의 폭언성 힐난을 들으며 강훈련을 받고, 강원도 최전방 철책근무를 푸른 제복으로 20대 청춘의 한때를 보냈던 사내의 '그 섬에서의 사색'이다. 애국심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 국민이라면 한번 읽어 보시라.
 
 충무공 유언비 '戰方急 愼勿言我死(전방급 신물언아사)'
 
 
"싸움이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戰方急 愼勿言我死)"
남해군 고현면 관음포 이락사(李落祠) 가는 길. 돌비석에 새긴 충무공의 유언비를 읽으며 그날의 위중함과 임금마저 백성을 버리고 도망쳤던 7년 전쟁의 서막과 끝을 생각한다. 임진왜란 마지막 노량해전,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추격하다 적의 유탄에 장렬한 최후를 맞은 관음포에는 '장군의 마지막 바다'가 조망된다. 관음포는 충무공의 시신을 육지에 처음 모신 땅! 경남도청, 경남관광협회, 남해군청 초청 1박 2일 팸투어로 보물섬 남해의 마늘축제, 죽방렴 체험, 원예예술촌, 전통시장, 유배문학관, 보리암 등 문화답사 하고 귀경길. 충무공 전몰유허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큰 별이 바다에 잠겼다'라는 대성운해(大星隕海) 현판을 가슴에 담고 걷다, 첨망대(瞻望臺)에서 장군이 죽음으로 지킨 바다를 보며 북한 남포와 나진, 청진도 생각했다.
 
 
 
 남해 전통시장에서 여행블로거기자단과 정현태 남해군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민주당 이종걸 국회의원이 운영하는 연구소 '(사)대륙으로 가는 길'의 대륙학당이라는 공부모임에 가끔 참석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안병민 박사의 대륙철도 관련 세미나를 듣고 토론을 하다 뉴스에는 나오지 않는 천기누설(?)을 들었다.
 
개성공단의 3가지 가치는 경제적 가치, 군사안보적 가치, 미래적 가치로 남북 공생과 평화통일의 출발점이다. "달러를 퍼준다."라고 북한을 자극하는 무책임한 말들이 범람하더니 결국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되었다. 남한 10% 정도의 저렴한 인건비, 한민족이라 대화와 소통이 쉬운 북한 노동자, 해외 현지 공장보다 지정학적으로 가까워 물류비 절감 등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인 남북 상생의 공간이었다. 군사전략적으로도 공단이 조성되면서 개성에 있던 북한 군부대 2개 사단과 포병여단 등이 송악산 뒤쪽으로 이전하여 휴전선 10킬로미터 북상한 것과 같은 효과라고 한다.
 
 
 
 
 이충무공 전몰유허지 '이락사'
 
개성공단 문제의 돌파구로 북한은 동해 나진을 중국, 서해 남포를 일본에 개방한단다. 만약 한반도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일본이 남포공단에 투자한 물자와 자국민 보호를 내세우며 황해로 자위대를 급파하여 '장군이 지킨 바다'를 유린한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고구려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시키는 등 동북공정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중국도 조차권을 확보한 나진, 청진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구한말, 열강들의 동북아 패권 다툼이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싸워서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假道難)"
부산포를 잿더미로 만든 왜적이 동래성을 포위하고 '명나라를 치려 하니 길을 내어달라'는 현판을 걸자 송상현 동래 부사가 한 말이다. 태평한 세월이 200년 동안 이어지고 조정은 당파싸움으로 지새우던 400여 년 전의 조선. 부산 앞바다의 700여 척 왜선을 조공을 바치려고 오는 배라고 생각하고 정발 장군은 사냥을 즐기다 뒤늦은 전투에서 패한 후였다. 역사에서 침략자들은 항상 이런 명분을 내세우면서 야욕의 발톱을 숨긴다.
 
보편적 가치인 '인류의 공영과 인권'보다 자국의 민족 이익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제국주의 근성은 현재진행형이고, 역사는 반복된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자존은 독립변수, 종속변수, 통제변수 중 어디에 속할까?
 
 첨망대에서 조망한 불멸의 바다, 관음포
 
 
첨망대에서 바라본 장군과 민관군이 함께 사즉생으로 지킨 구국의 바다인 이락파(李落波). '죽은 순신이 산 왜적을 물리쳤다'는 관음포 앞바다에서 북핵, 개성공단 사태 등을 떠올리며 '박근혜 정부에는 이런 애국적 전략전술이라도 구사할 참모라도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깨어 있는 국민이 함께 극복해야 할 시대상황처럼 관음포에는 짙은 바다안개가 몰려왔다.
 
현충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 6월. 역사 교육도 제대로 못 가르치고, 이 위중한 시대상황에도 현대사 교육문제로 진보와 보수가 갑론을박하는 대한민국. 남해 이락사에서 충렬사에 이르는 '이순신 호국길'은 나라사랑의 산교육 현장이자 '스토리'가 살아 있는 길이다. 아이들, 가족과 함께 주말여행으로 문화역사기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이락사(李落祠)와 대성운해(大星隕海) 현판
  
 
 
 
 
 
 
관음포 이순신 영상관에서 본 노량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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