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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형석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3-05-27 조회수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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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형석 문화칼럼]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장난 자본주의 희망 보고서
[김형석 문화칼럼]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장난 자본주의 희망 보고서
 
 
"나는 버려졌다. 숲 속에..."
30대 청년 시절, 충격이었던 초등학생 창작시의 첫 구절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자기역량개발, 지역사회개발, 세계와의 우정이라는 3대 이념의 국제단체에서 활동할 당시 가정의 달을 맞아 찾은 부산의 한 사회복지시설 학생들에게 낸 시제는 3가지였다. 2002 한일월드컵 준비가 한창이었던 신록의 계절이라 '축구공'과 '숲', 그리고 하나는 오래전이라 잊었다. 1년에 한 번 자매결연 복지시설을 찾아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에게 백일장을 개최하고, 학용품을 선물하고, 1일 가족이 되어 바베큐 파티를 열어주는 자선과 봉사의 시간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화랑미술제에서 만난 하이퍼리얼리즘 계열 화가의 극사실화 그림. 신록의 푸르름 속에서 여행하고 싶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실수가 아니지만, 죽을 때도 가난한 것은 당신의 실수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기업의 복지 의무를 주장하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역설한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유복한 가정, 우월한 유전자로 명석한 두뇌를 가진 명문대 출신이며 기회가 많은 공정사회에서 성공한 최고경영자의 명언인지, 망언인지는 그의 언행을 보면 알게 된다.
현재 보유 재산이 미화로 6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빌 게이츠는 200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자신과 아내의 이름으로 작명한 자선재단을 운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적 접근이 갖는 결함을 해결하자고 주장한다. 한 예로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말라리아 퇴치보다 남성 대머리 치료 연구에 더 많은 돈이 투자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는 우리나라에서 '학질'이라고 알려진 열병. 말라리아는 대부분 열대지역에서 발생하며 세계 인구의 40%인 20억이 그 오염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해마다 1억 5천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매년 5세 미만 어린이 1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말라리아 백신 개발은 인류가 가장 필요로 하나 거의 모금이 이뤄지지 않지면, 탈모제 치료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나 시장의 요구로 돈이 몰리는 자본주의야말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소박하고 겸허한 삶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였던 중세 이탈리아 성인(聖人) 프란치스코를 그린 그림(Saint Francis in Meditation by Francisco de Zurbaran).
 

방치된 쇠처럼 천천히 녹슬어 가는 개인주의적 삶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그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톨레랑스(관용)와 '행복 공동체'를 위한 법어 같은 일갈이다. 미국에서 가장 부자라는 빌 게이츠가 자신의 성공신화를 가져온 자본주의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언론의 비판도 받지만, 그는 요즘 유행어를 빌리면 존경할 '개념남' 이자 '따도남(따뜻한 도시 남자)' 이다.

로마의 이틀에서 '시대의 정답'을 찾았다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 회의)의 선택을 보면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애송시를 떠올렸다. 예술적 상상력과 인본주의 철학이 바탕이 된 창의적인 사람들은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겸손, 교육, 선교, 자선, 그리고 사회 정의라는 예수회의 덕목을 몸소 실천해온 사람을 선택했다. 노예 해방으로 흑인 대통령의 역사를 만든 미국처럼, 제국주의 시대 유럽인들에 의해 야만적 학살과 문화말살을 당했던 중남미 출신이 교황이 된 것도 신선한 충격이다.
 
어부의 모습을 한 사도 베드로가 새겨져 있고 당대의 교황 이름이 적힌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를 끼는 순간, 교황의 권위는 시작된다.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의 교황명 '프란치스코'는 13세기 청빈을 실천했던 성인 이름. 새 교황은 프란치스코라는 교황명을 선택한 것에서 보듯 불평등한 세상,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왔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이 가톨릭 본연의 역할이라 설교했다. 신앙 없이는 인심 좋은 비정부기구(NGO)에 불과하며, 세속적 가치로 어떤 일을 이루려 한다면 어린아이가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고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강조했단다.
생명의 환희가 넘치는 축복 같은 봄의 축제, 청록의 청아함으로 아름다운 숲 속도 누구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세상! 모두에게 공평하고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은 신록을 신라 가시내처럼 노래한 시인과 함께 공동체 마을 당산나무 아래서 기다린다. 양극화,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로 시끄러운 대한민국도 창조적인 헌신과 통합, 소통, 열정이 넘치는 자애로운 '불인지심 리더십'이 그리운 계절이다.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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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蛇足):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한 "희망은 선한 것, 미래에 있는 것, 희망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것과 관련될 뿐이다."에서 영감을 받아 보고서 쓰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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