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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형석 이메일 newway919@gmail.com
작성일 2013-05-27 조회수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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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형석 문화칼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계절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경남도민일보에 기고한 칼럼.
 
 
 
[문화칼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계절*
나는 48%다. 민족유산 판소리의 미학을 창의적으로 계승 발전시킨 시대정신이 살아있는 풍자시 '오적(五賊)'의 김지하 시인이 최근, '48%는 공산화를 좇는 세력'이라지만 나는 당당하다. 고장 난 자본주의에 살다 보니, 두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고 예술경영인 입장에선 창조적 문화예술 발전은 박근혜 후보이었지만 유보했다. 평등, 공정, 정의로 '사람이 먼저인 공존과 나눔의 공동체'를 복원시킨다는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다.
5.16쿠데타로 만든 역사, 51.6% 투표 민심의 18대 대선이 끝난 뒤 지인들과의 '멘붕 술판'도 지겨워 신년 겨울여행을 떠났다. 아내는 새누리당 선출직 기초의원인데,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예술인 지지 선언'에 이름을 올린 벗과 함께.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고향, 따뜻한 남쪽 섬으로!
 
 산책로가 잘 조성된 우제봉.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포인트로 해금강을 바라보는 전망대는 거제도 최고의 비경 중 하나.
 
아름다운 바다풍경과 동백나무 오솔길을 걸으며 우제봉(雨祭峯) 가는 길.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한 혁명과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반동으로 진퇴 반복해 100년이나 걸린 프랑스 혁명사를 생각했다. 적대적 공생 관계에 안주하며 기득권이나 탐하다 민생을 외면한 여야가 '안철수 현상'을 만든 것처럼 '체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뼈를 깎는 창조적 혁신과 생활정치 이야기를 나누고 좋아하는 시도 읊조렸다.
 
 
앙상한 공허만이/먼 한천(寒天)끝까지 잇닿아 있어/차라리/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진실로 참되고 옳음이/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나의 뜨거운 노래는/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중략) 들어 보라/저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쳐 오는/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된 울림을/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청마의 시(詩)
중국 최초 통일제국 진나라 시황제의 명으로 방사 서불은 불로초를 찾기 위해 탐사 와서 '서불과차(徐巿過此)'라는 마애각을 새겨놓았다는 전설이 있는 거제도 우제봉. 서불은 불로장생의 영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 진황도를 출발해 남해 금산, 거제 해금강, 제주 서귀포 등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현 야메시로 건너갔다고 전해져 온다.
 
 여행가방에는 시집 한 권 넣고...문화재단 근무할 때 기획했던 청마 탄생 100주년 기념 시그림집 '깃발, 나부끼는 그리움(교보문고)'
 
그런데 역사에선 서불이 불로초를 찾아 헤매는 동안 영원한 생명을 열애하던 시황제는 국정 순시 중 사망한다. 정권을 장악하려던 환관 조고는 보좌하던 최고권력자의 죽음을 숨긴다. 미녀미주(美女美酒)와 향락적 삶을 영위하던 황제의 시신은 냄새가 심하게 나는 말린 생선 포어(鮑魚)와 동침(?)하는 수모도 겪는다. 거세를 당해 자식도 없는 문고리 권력 환관의 발호는 늘 나라의 종말이 뒤따른다.
동서양사를 보아도 국가 존폐의 위협요소인 외척과 환관의 전횡을 극도로 경계했다. 야만의 시대, 저잣거리 말로 '일타이피' 전략이 이슬람 오스만제국 술탄의 궁전 여성들을 위한 공간 '하렘'이다. 혈통 중시, 정략결혼이 아니라 이민족, 타 종교의 여자 노예들을 신붓감으로 양성하기 위해 하렘에 거주하게 하고 거세된 남자들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 외척이 없는 통치와 환관의 적재적소 배치이다.
하렘 여자들 계급은 황제의 성은을 입은 순으로 카딘, 이크발, 구즈데, 오달리스크로 구분되었고 황제의 어머니가 최종 간택을 했다. 외척을 경계한 국제결혼으로 신분상승을 하여 황후가 되었지만 살기 위해선 친아들이 정권을 잡아야 했기에 '음모의 하렘'이라 불렀다. 패륜의 시기라 즉위한 술탄은 전제집권 불안세력인 형제 수십 명을 죽이기도 했다.
 
 J.A.D.앵그르의 '오달리스크(Odalisque)' 그림. 오리엔탈 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관능미로 표현했고, 이 주제는 19세기초 프랑스 회화에서 처음 널리 유행함.
 
제도와 사람의 문제? 인간의 적응력과 상상력은 생존본능과 탐욕으로 창조적으로 극복, 진화한다. 아무리 좋은 국정을 위한 시스템과 메뉴얼이 있다 해도 지도자의 공공적 철학, 가치가 방향성을 상실하고 측근세력이 눈을 가리면 무용지물이다.
신라 선덕여왕 이후 국민이 처음 선택해준 여성 지도자는 '대통합과 소통'을 강조했다. 한지붕 아래 살아도 투표행태가 다른 부자, 부부지간일 수 있는 48%와 탕평하는 '덧셈의 정치'를 펼치고 말끝과 붓끝이 험한 사람까지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로마제국 1000년 역사 성공 원인이 이민족에게도 시민권을 준 '포용력'이라지 않는가?
 
선조의 피땀으로 지켜온 우리나라!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강조해온 새 정부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와 이명박 정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투명한 전문성 인사와 글로벌 경쟁력에 걸맞는 발상의 전환으로 꼭 성공해야 한다. '여러 갈래의 서로 다른 쟁론을 화합해 하나로 소통시킨다'는 원효의 화쟁사상에 나오는 원융회통(圓融會通)으로 공공선(公共善)이 살아있는 따뜻한 대한민국, 살맛 나는 깨끗한 세상을 보고 싶다.
김형석/컬처 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 청마 유치환 시인의 시에서 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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