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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12-25 조회수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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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영역 추락한 제1야당

무관심’영역 추락한 제1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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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 논설위원

사랑의 반대말은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관심(無關心)이라고 했다. 미워하는 마음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무관심은 최악이다. 연말 각종
모임에서 화제로 오르는 단골 메뉴는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 ‘땅콩 회항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여기에 요즘 회사들의 어려움이나 경제상황이 양념으로 오고 간다. 그런데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모임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을 화제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가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거긴 항상 그렇잖아. 술맛 떨어진다”는 핀잔이 돌아오기 일쑤다. 예전에는 그나마 욕이라도 했건만 지금은 무관심 그 자체다.

‘청와대 문건 유출’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난주 집권 후 처음으로 40%대 아래로 내려갔을 때에도 새정치연합의 지지도는 22.9 % (리얼미터조사)를 나타냈다. 올해 1년 내내 1~2%포인트 내에서만 오갈 뿐 변화가 없다. 보통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은 한쪽이 내려가면 상대방이 올라가는 시소게임 같은 것인데 지금 제1야당의 지지도는 여당이 잘못을 하든, 자신들이 잘 하는 일이 있든 ‘탄탄한(?)’ 지지도를 나타내고 있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적확하다. 내년 2월 8일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재인·정세균·박지원 의원 등 ‘빅 3’ 대결이 예고돼 있지만 당 내외에서는 이들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소속 의원 30명이 이들의 출마를 반대하는 서명을 공개하는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당이 살려면 ‘올드 보이’의 컴백이 아니라 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이렇게 애물단지가 된 근원에는 ‘종북(從北) 숙주’라는 원죄(原罪)가 자리 잡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보수 우위의 독과점 여론 때문에 진보 진영이 불리한 조건에서
게임을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당은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자신들이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강정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자기 모순적인 주장을 들고 나옴으로써 신뢰에 상처를 입혔다. 총선 승리에 눈 멀어 종북 세력이 국회에 진출하도록 디딤돌이 되면서 이후 이들이 벌인 ‘종북 행태’의 보증인 노릇을 한 격이 됐다. “야권연대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문재인), “야권연대를 하면 누가 나와도 천하무적”(정세균), “야권 단일화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의 문턱에 들어섰다”(박지원)며 야권연대에 앞장선 인물들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반성과 사과 대신 당 대표 경선에 나서고 있다.

정권의 존재 이유는 국가 공동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국민을 어떻게든 보호하고 살길을 찾아내 주는 것이다. 국민은 이런 역할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정당에 표를 던진다.
일본 민주당이 최근 선거에서 자민당에 또 참패한 것은 집권했을 때 터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무능·무책임이 원죄처럼 작용했다. 자민당의 ‘아베노믹스’가 실패를 해도 국민은 자신들의 안전보장에 실패한 민주당은 선택하지 않았다. 유사시에 국가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동맹국을 해칠 모의를 하는 정당을 끝까지 감싸는 제1야당을 어떻게 국민이 안심하고 지지를 보낼 수 있겠는가. 헌재 결정이 내려진 이 시점까지도 새정치연합은 공식적으로 통진당과 야권연대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야당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는 새누리당은 걸핏하면 ‘종북 원죄론’을 뽑아들지만 야당은 제대로 반박조차 못한다.

청와대 문건 파문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박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국정 스타일이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여당 또한 청와대 눈치나 보고 개혁 시늉이나 하다가 말 공산이 크다. 제대로 된 야당이 있다면 이렇게 오만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든다. 국민은 물론 정부·여당을 위해 강한 야당이 필요하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정당이 집권한 전례가 없듯 우선 종북 원죄에서 벗어나야 한다. 헌재 결정이 내려진 지금이 새정치연합에는 둘도 없는 기회다. 종북의 늪에서 나와야 미래가 열린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에 역풍(逆風)은커녕 국민의 60% 이상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유를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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