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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4-12-25 조회수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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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와 JTBC 기자들의 18,850분
손석희와 JTBC 기자들의 18,850분
2014년,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언론인이 손석희에게 빚을 진 해…공영방송·종편이 손석희 영향력 키워
손석희와 JTBC 기자들의 18,8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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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실종자가족이 모여 있던 진도체육관에는 커다란 TV가 두 대 있었다. 밤 9시가 되면 두 대 모두 JTBC 에 고정됐다. 2014년 언론계를 상징하는 한 장면이다. JTBC 기자들은 팽목항에 오래 남았다. 그들은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받았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언론인 손석희가 있었다. 18,850분. 언론인 손석희가 JTBC에서 뉴스진행을 맡으며 쌓아온 ‘신뢰’의 시간들이다.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은 2013년 9월 16일부터 이듬해 9월 19일까지 13,000분간 을 진행했고, 9월 22일부터 12월 19일까지 <뉴스룸>에서 5,850분간 뉴스를 진행했다. 그의 18,850분은 공정방송을 포기했던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종합편성채널로 옮긴 그의 행동을 비판했던 사람들마저 그의 뉴스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손석희의 ‘맨 파워’가 JTBC와 언론계를 좌지우지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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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사IN 여론조사 중 ‘신뢰하는 뉴스프로그램’ 항목에서 JTBC 은 KBS <뉴스9>와 함께 13.9%로 공동 1위에 올랐다. 서울지역에선 KBS를 앞질렀다. 같은 조사에서 MBC <뉴스데스크>는 3.6%를 기록했다. 같은 해 시사저널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손석희는 60.9% 지지율로 2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4.4%)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검색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은 ‘올해의 인물검색’ 1위를 차지했다. 손석희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JTBC에서 손석희의 활약은 과거 MBC를 떠올리게 한다. 1984년 MBC에 입사해 스타 아나운서로 이름을 알린 그는 ‘땡전방송 MBC’의 굴욕적인 역사를 넘어서고자 1992년 공정방송을 위한 52일 파업에 동참했다. 그리고 주동자로 몰려 영등포구치소에 20여 일 간 수감됐다. 이후 그는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등과 함께 MBC를 신뢰도 1위의 공정방송으로 바꿔놓는 주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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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는 2000년 10월 23일부터 2013년 5월 10일까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의 진행을 맡으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시선집중>으로 청취자와 함께 한 시간은 약 352,980분. 이 시간만큼 MBC의 신뢰도는 높아졌다. 손석희는 2002년 1월 18일부터 2009년 11월 19일까지 <100분토론> 진행을 맡으며 유례없는 토론프로그램의 흥행도 이끌었다. 그가 <100분토론>을 진행한 시간은 약 39,500분. 이 시간만큼 MBC의 영향력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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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MBC에서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전두환·노태우 공판을 보도했다. 그랬던 그는 올해 JTBC에서 세월호 참사와 통합진보당 해산을 보도했다. 김재철 사장 등장 이후 MBC가 추락했고, MBC를 떠난 손석희는 JTBC에서 과거 MBC의 영광을 재현시키고 있다. JTBC 보도국은 매일 매일의 시청률보다 신뢰도·영향력에서의 비약적인 성장에 고무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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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한 중견기자 말을 옮기면 이렇다. “손 사장 오기 전만 해도 JTBC는 TV조선과 함께 극우매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격세지감이다. 기자들 스스로 우리가 이런 기자구나, 우리가 이렇게 보도하면 이렇게 정당한 평가를 받는구나 생각하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 JTBC 보도국은 세월호 참사보도 이후 기자들의 사기가 한껏 진작됐다. 국민들의 성원 때문이다. JTBC는 손석희 영입 1년만에 KBS와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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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손석희의 활약은 역설적으로 권력에 순치된 한국의 언론현실을 투영한다. 종합편성채널 퇴출을 주장하던 언론운동진영마저 JTBC뉴스를 지키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했다. 종편퇴출 프레임은 ‘4사 모두 퇴출’에서 ‘불공정 종편 퇴출’로 바뀌었다. 이는 18,850분간 손석희와 JTBC기자들이 보여준 보도 때문이다. 지난해만해도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에서 JTBC가 할애한 보도량은 같은 기간 지상파3사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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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이 사회적 논쟁거리가 될 주요 의제를 다루지 않거나 축소보도하며 스스로 의제설정 기능을 포기한 상황에서 TV조선 등 보수 성향 종편채널은 정부여당을 비호하는 차원을 넘어 야당과 노동운동·통일운동진영에 ‘종북’이란 딱지를 붙이는 구태로 반민주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JTBC뉴스는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JTBC뉴스의 가장 큰 성과는 방송뉴스가 하향 평준화되며 제대로 된 프레임(개념틀)을 잡지 못할 때 잘못된 보도를 잘못됐다고 인식하게끔 하는 비교대상으로서의 정론을 보여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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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피해자 가족은 방송사 카메라를 쫓아냈지만 JTBC에는 먼저 찾아가 제보했다. 믿음 때문이었다. 손석희는 팽목항에서 수일간 생방송을 진행했다. 기자들은 매일매일 진도 팽목항 현지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손석희는 4월 21일 방송에선 실종자 가족이 전화 인터뷰 직전 딸의 시신 발견으로 자리를 비웠다는 소식을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만 100만 명 넘게 시청했다. 세월호 참사가 낳은 언론에 대한 극한의 불신은, 역으로 손석희에 대한 극적인 신뢰로 발현됐다. 신뢰를 잃은 공영방송과 편파적인 종합편성채널이 손석희의 영향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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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JTBC ‘손석희 뉴스’는 실험의 연속이었다. 사회적 논란이 불거질 때 논란을 피하지 않았다. 이슈가 되는 사람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출연시켰다. KBS파업 당시에는 권오훈 언론노조 KBS본부장을 스튜디오에 출연시키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故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도 에 출연해 삼성을 비판했다. 삼성을 비판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했던 언론인들이 속해있는 방송사보다 삼성을 자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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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와 JTBC는 차근차근 2015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네이버 다음 유튜브 등 온라인으로 JTBC 개표생방송을 시청한 사람이 120만 명이었다. 손석희는 2013년 10월 21일부터 온라인 생중계를 시작했다. 방송사 중 포털뉴스 생중계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은 기존 시청률로 집계되지 않지만 콘텐츠 소비 습관이 포털 중심의 온라인으로 넘어간 세대에게 점점 강점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물론 ‘손석희 뉴스’의 장애물은 도처에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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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세월호 구조작업에 다이빙벨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인터뷰 한 JTBC에 대해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벌점 4점)를 결정했다. 정확한 정보제공과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방심위는 다수의 방송사가 저지른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에 대해선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통합진보당 해산 등 공안정국에서 통합진보당의 의견을 전하는 뉴스조차 종북몰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시대가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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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손석희는 얼마 전 제13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며 감정이 복받친 모습이었다. 송건호언론상 심사위원회는 “손석희는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는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엄격한 자기관리와 신중한 처신으로 정진한 결과”라며 “한평생 언론인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던 송건호 선생의 자세를 수상자에게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21세기 들어 그가 뉴스·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 시간을 더해보니 대략 411,330분이었다.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을수록 어깨는 더욱 무겁고 그가 소화해야 할 1분은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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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가 쉽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손석희는 월간 <말>지 1992년 12월호 인터뷰에서 ‘생에서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을 묻는 질문에 “실체는 분명하지 않더라도 지금껏 제 일생에 지켜온 어떤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든다고, 지위가 달라진다고 해서 제 자신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2014년,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언론인들이 손석희에게 빚을 진 해다. 누구는 그에게 집중되는 스포트라이트가 불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손석희 만큼만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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